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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티기어 Xrd 시리즈 공식 아트북 스페셜 에피소드 ①
※ 의역◎, 오역 있을지도. 맞춤법 생각안함.
 


 
 
  「기분 좋은 바람이네」
커다랗게 무너져 내린 대지에 누워 있는, 이률리아 연왕국·제 1연왕 카이=키스크가 중얼거렸다.
지면 주변에 드러난 크고 작은 여러 구덩이가 방금 전까지 격렬한 전투가 일어났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 그렇군」
바로 옆에서 아무렇게나 드러누운 솔이 숨을 내쉬듯 대답했다. 방금까지의 광기에 물들었던 살기는 이미 모습을 감춘 상태였다.
  「마법사 대책은 떠올랐어?」
카이가 솔을 바라보며 물었다. 얼마 안 가, 솔이 대답했다.
  「전혀」
카이가 솔의 옆모습을 가만히 바라본다. 그 시선을 느낀 솔은 눈을 감으면서 다음 말을 이어갔다.
  「그래도 뭐, 수확은 있었어. 연왕님이 어울려 준 덕분에 말이지」
카이가 미소를 띠며 하늘을 올려보았다.
  「… 하늘이 높네」
슬슬 보금자리로 돌아가는 것인지, 새 한 마리가 상공을 날아가고 있었다.
  「누구든 편히 즐길 수 있는 최고의 침대지」
새를 눈으로 쫓으며 솔이 중얼거렸다.
  「이렇게 나란히 최고의 침대에 드러누워 보는 건 오랜만이네」
이번에는 솔이 카이에게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바라본다.
  「로마 후퇴전 때 말야. 기억 안 나?」
솔의 표정은 여전했다.


 
  로마 후퇴전.
  인류와 기어의 오랜 세월에 걸친 전쟁 ― 성전에서 인류가 가장 격렬하고 처참한 싸움을 해야 했던 전장. 기어의 군세로 최종방위선이 무너져 성기사단은 도시로의 후퇴를 결심하지만, 기어의 공세는 그칠 기미가 없어 도시를 버려야 할 지 결단을 내려야만 했다.
성기사단의 정예들은 미처 피하지 못한 시민들을 대피시키기 위해 말 그대로 목숨을 건 후퇴방위전을 결행했다.
하지만 끝없이 나타나는 기어의 군세 앞에, 성기사단 단원들은 전투불능이 되어 전선을 이탈하거나 하나둘씩 쓰러져 갔다. 그리하여 기어의 첨병이 금방이라도 도시의 성문에 들이닥치려 하던 찰나, 돌연 「괴물」이 나타났다.
괴물은 포효와 함께 커다란 화염을 일으키며 기어의 군세를 차례차례 몰아냈다.
갑작스러운 원군. 단원들은 그저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보며, 괴물의 압도적인 폭력에 전율했다.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것은 단장인 카이였다.
  「기회다! 태세를 바로잡아!」
굳세고 힘찬 명령이 전장에 울려 퍼진다.
「오오!」 하며 단원들이 그 목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호응한다.
「덤벼오는 기어만 쓰러뜨려라! 도망치는 기어는 추격하지 마라!」
사기와 규율을 되찾은 성기사단은 카이의 지휘 아래 반격의 태세로 전환했다.
 
얼마나 시간이 흐른 것일까. 이미 주변에는 생존한 기어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여기저기에 불타버린 기어의 몸체가 굴러다니고, 잔불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끝난 건, 가...」
카이는 검을 도로 집어넣었다. 우아한 몸짓이었지만, 그 얼굴에는 피로가 드러났다. 살아남은 단원들도 「해냈다!」 「이겼어!」 하고 제각기 기쁨을 누리며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모두, 기진맥진한 모습이었다.
  「에릭, 한숨 돌리면 단원들의 상태를 확인하고 보고하도록」
  「알겠습니다」
카이는 짧게 부하에게 지시를 내리고 주위를 멀리 바라봤다. 그리고 저 멀리 수백 미터 쯤 떨어진 장소에서 그 실루엣을 발견했다.
조용히 걸어서 다가간다. 무릎을 꿇고 있었던 것은 조금 전의 괴물이 아닌, 같은 성기사단복을 걸친 눈에 익은 모습 ― 전 성기사단이었던 남자의 모습이었다.
  「 ... 솔」
  「 ... 여, 꼬맹이. 여운을 즐기고 있거든. 조용히 해라」
몸에 대한 부담이 상당히 컸던 것인지 솔은 어깨로 크게 숨을 내쉬며 위를 올려다보고 드러누웠다.
카이는 그 말에 따르며, 조용히 솔의 옆에 앉아 나란히 드러누웠다.
 "나란히"라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거리는 수 미터. 하지만 이 시절 두 사람에게는 그 이상으로 먼 거리감이 있었다.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단원은 나를 포함해 6명... 분명―」
조롱 섞인 투로 솔이 카이의 말꼬리를 잘랐다.
  「기억력도 좋으시네, 역시 단장님이야」
  「놀리지 마. 성전 때의 모습은 잊고 싶어도 잊을 수 없는 법이야. 너는 그렇지 않아?」
  「 ...어떠려나」
긍정이라고도 부정이라고도 할 수 없는 말. 정말로 기억나지 않는 것일까, 그 때의 격전을.
  「나에겐 고작 수십 년 속의 기억. 너에겐 200년 속의 기억, 그런 뜻인가?」
  카이는 머뭇거렸다. 기구한 운명에 놀아나 긴 세월을 살아온 프로토타입 기어, 솔 배드가이. 똑같은 경험일지라도, 솔과 자신과는 얼마만큼 보는 눈이 다른 걸까.
  「글쎄」
무뚝뚝한 대답. 하지만 카이에게는 그것이 불쾌하지 않았다. 카이는 재차 스스로 묻고 답했다.
섞여버리고 만 자신도 솔처럼 앞으로 긴 시간을 살아가는 걸까. 그 때가 오면, 자신은 지금과는 다른 관점을 가지게 되는 걸까. 언제까지 지금의 자신으로 있을 수 있는 걸까.
   「솔, 전에도 물었지만, 그 남자와 결판을 낸 뒤 어떻게 할 거지?」
 「뭐야, 느닷없이」
자연스럽게 나온 카이의 말에 솔이 귀찮다는 듯 대답했다.
   「이기든 지든, 너를 움직이게 만들었던 살 이유는 곧 사라져. 앞으로도 긴 시간을 살게 될 너는 그 뒤 어떻게 살지, 순수하게 흥미가 생겨서」
말투는 부드럽지만 카이의 어조는 진지 그 자체였다. 얼마 안 가, 카이의 말뜻을 이해한 솔은 후 하고 한숨을 쉬며, 신중하게 말을 고르며 천천히 이어갔다.
 「솔직히 모르겠군. 그렇지만, 무언가는 바뀌...겠지.」
그 말이 카이에게는 자신을 타이르기 위한 결의표명처럼 보였다.
 
  「그렇게 말하는 넌 어떠냐?」
  「어떠냐니?」
  「모든 원흉이었던 무자비한 계시는 쓰러뜨렸어. 하지만 인류가 짊어진 십자가는 무겁지」
  「맞아. 그렇다 해도 나는 변하지 않아. 한 발짝씩 앞으로 나아갈 뿐이야」
솔은 허공을 응시했다. 처음 만났던 시절의 카이를 떠올렸다.
이 녀석과 만난 것은 수 년 전인가. 풋내나는 이상을 주장하며, 사사건건 트집을 잡는 귀찮은 녀석이었다. 하지만, 사람은 단기간에 바뀐다. 성장한다. 지금도 풋내는 남아있지만 심지가 있다. 아량이 넓어졌다고 느꼈다. 하지만 나는?
  「기어와의 공존인가」
  「맞아. 그것은 커다란 한 걸음이지」
상쾌하게 미소를 짓는 카이. 하지만 솔에게는 그 눈동자에 강한 신념의 빛이 깃들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럼 잘 됐군」
솔은 몸을 일으키며 다시 카이를 바라본다.
  「맡겼던 것을 돌려주지」
  「맡겼던 것?」
말의 의도를 이해하지 못하고 잠시 당황하는 카이. 하지만 곧바로 그 말을 이해했다.
  「호랑이도 제 말하면, 이군」
금발의 한 청년이 엄청난 기세로 달려오고 있었다. 엄청난 속도다.
  「아빠~! 아저씨~!」
카이의 아들이면서 솔이 키운 신이었다.
  「그보다 이게 뭐야~!?」
신이 주변 일대의 참상을 보며 갑자기 생뚱맞은 소리를 질렀다.
주변의 모습을 둘러보더니, 이번에는 느릿느릿한 발걸음으로 두 사람에게 다가왔다.
  「아니, 그게...잠깐 보물찾기가 하고 싶어졌거든. 그치, 솔?」
  「이게...잠깐!?」
두리번거리며 주변을 둘러보는 신.
  「그래서 뭔가 좋은 건 찾았어?」
믿고 있다. 솔과 카이는 얼굴을 마주보았다.
  「유감스럽지만 아무것도. 그래서, 무슨 일이니?」
카이가 바지에 묻은 흙을 털어내고 일어나면서 대답했다.
  「슬슬 저녁이니까 마중 가랬어, 엄마가」
  「이런, 벌써 그런 시간인가」
 
  정신을 차려 보니 주위는 이미 해가 지고 있었다. 카이는 바로 옆에서 비치는 붉은 햇빛을 받으며 눈을 가늘게 떴다. 몇 시간 뒤면 밤의 장막이 내려올 것이다.
  「신은 먼저 돌아가렴. 우리도 곧 돌아간다고 엄마에게 전해 줘」
  「오케이, 맡겨 둬!」
대답하자마자 몸을 휘날리며 달려가는 신. 수십 미터 질주하더니 갑자기 브레이크.
  「늦으면 먼저 먹어버릴 테니까! 밥 없어질지도 모른다~!」
맑게 갠 하늘에 울려 퍼지는 목소리. 그리고 잠깐의 틈도 없이 다시 질주한다.
두 사람은 순식간에 멀어지는 아들의 뒷모습을 배웅했다.
  「솔직하고 착한 아이로 자라 줬어」
날씬한 장검 ― 매그놀리아 에끌레어 II를 지면에서 뽑아들어 허리에 찼다. 카이의 표정은 밝다.
  「...그렇군」
카이가 오른손을 내민다.
  「잠깐, 난 아무 짓도 안 했다고」
쓴웃음을 짓는 카이. 하지만, 무언가 생각난 듯 진지한 눈빛으로 되돌아온다.
  「솔, 한 가지 확인해두고 싶어」
  「무자비한 계시는 쓰러뜨렸어. 인류의 위협은 사라졌지」
  「그래」
  「그럼, 계시를 만들어 낸 오리지널 맨이라는 녀석은...」
  「.......」
표정을 굳히며 지면에 꽂힌 정크야드 도그를 움켜쥐고 천천히 뽑아내는 솔.
오른팔의 근육이 불룩 솟았다.
  「정화*는 아직 끝나지 않은 건....가」
  「그래」
카이가 짧게 대답한 것을 보고 솔은 천천히 걷기 시작한다. 카이도 그 뒤를 따랐다. 몇 걸음 걸어가던 중 솔이 멈춰섰다.
  「에릭과 지미였었나」
  「응?」
  「에릭은 군신이다 군신이다면서 시끄러웠지. 지미는 살아서 다시 아내와 아이를 만날 수 있다며 기뻐했었어」
  「딴 녀석들은 몰라. 처음 보는 얼굴이었어」
솔은 그렇게 말하며, 돌아보지 않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
카이는 그 뒷모습을 잠시 바라보며, 살짝 미소를 띠었다.
 


*원문의 禊가 몸의 부정이나 오염을 강이나 바닷물로 씻어서 정화하는 의식을 뜻하는데, 여기서는 정화로 번역함.

애초에 미국 사람이 왜 이런 단어를 아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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